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을 철회하고 대구-광주 고속철도 사업 추진을 취소하라

지난 11월 15일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었다. 국회의 법안 심사가 시작된 직후 16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찾아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연내 의결해야 한다고 서로를 독려했다. 이 상태라면 12월 정기국회 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특별법안에 광주~대구 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역사 주변지역 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이 포함되어, 불필요한 영호남간 고속철도 건설 추진이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예비타당성을 회피해 추진하려는 광주 대구간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사실상 기후위기 가속화 특별법과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비의 대략 절반에 해당하는 11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남원, 함양 등 지리산을 가로질러 대규모 탄소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루인 산지를 파괴할 것으로 뻔히 예상된다. 길이만 205km에 이르고, 반경 3km 구간을 주변 지역으로 지정해 개발할 수 있다. 이상기후로 전세계가 산불, 가뭄, 폭우 등 재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생태계를 복원해 기후재난에 대처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대규모 토목공사로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11조원을 들여 백두대간(지리산) 지역 등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니, 특별법을 공동발의한 여야의원 261명은 달빛 철도를 타고 지구를 떠나 달나라로 갈 셈인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타당치 않다. 서울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에 대한 반성도 없이, 그저 지역 간 대규모 고속철도만 만들면 지역균형 발전이 해소되는 것인가. 광주 사람이 대구에 못 가서, 대구 사람이 광주에 못 가서 서울 수도권으로 빨려드는 것도 아니다. 현재 텅텅 빈 광주-대구 간 고속도로는 왜 영호남 교류를 증진하지 못했는가. 거대 서울을 극복하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새로운 구상과 전망도 내밀지 못하면서 그저 철지난 관성대로 대규모 토목공사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구는 지금의 정치가 균형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영호남 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우습다. 영호남 화합을 파괴한 것은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불평등하게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면서 지역민을 갈라치기한 정치 아닌가. 교류가 없어 지역감정이 생긴 것이 아니라 지역감정을 부추겨 교류가 사라진 것인데, 핑계가 구차해 비판하기도 옹색하다. 교류가 목적이었으면 광주-대구 간 대중교통도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대안 모색이 먼저여야 한다. 

총선이 다가오니 대규모 재정 투입 약속을 남발하는 것도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달빛철도 건설 때문에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최악을 저울질 하는 현재의 소선거구 정치제도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것뿐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역행하고, 4대강 사업  만큼이나 국가 재정도 낭비하면서, 제대로 된 비전도 없이 추진되는 공사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다. 그저 지역에 돈을 쏟아 부우면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저 발상 자체가 우리의 정치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를 드러내는 징후일 뿐이다. 

현재 특별법안에서 추진하는 고속철도 계획은 그 자체로도 비합리적이다.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서는 단선-일반철도로 계획한 바 있는데, 현재 추진되는 안은 복선-고속철도로 기존 국가 계획과도 충돌한다. 단선-일반철도는 광주-대구 간 86분이 소요되는데 복선-고속철도는 83분이 소요된다. 2~3분을 줄이자고 약 5조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특별법안이 합리적인가. 과연 11조원에 이르는 돈을 필요성도 합리성도 없는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 시즌2와 무엇이 다른가.

대구-광주 간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지도 않는 사업을 지역에 살지도 않으면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한 기득권 정당의 261명의 정치인들이 모여, 그저 삽질만 하면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 화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득권 양당정치가 이 시대의 비극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사활을 걸겠다는 정치인들 조차도 침묵하는 현실이 곧 기후 파국 특별법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지리산을 망치고, 국가재정을 소진시키며, 국토를 파괴하는 일이 여야가 나서 공멸의 깨춤을 추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연유산을 파괴하지 말아라. 광주-대구 간 고속철도 사업 취소하고 우리에게 당면한 다중적 위기와 재난에 우리 사회의 역량을 집중하자. 그것이 파국을 돌이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23.11.27.

지리산생명연대, 공익재정연구소, 세금도둑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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